이어 그는 이 산음땅이 비록 첩첩이 산에 막혀 대처와는 외진 고장이나 인심 후하고 없는 사람이 살기엔 얼마나 편안한 곳인가를 누누이 주장했다.따라오게. 우선 대감께 인사 올리게.필적이나 문장을 자랑하는 것은 양반이라 일컫는 부류들의 도락이고 생업인 게다. 의원이란 문장이나 필체가 서툰 것 따윈 조금도 부끄러울 까닭 없어.허준도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제자들이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임오근 혼자 그대로 앉아서 한숨과 함께 지금쯤 가마에 흔들리며 창령으로 가고 있을 허준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가 생애를 두고 소원으로 삼는 광경이었다. .아버님께선 꼭 그대를 데려오도록 특별히 당부하시어 우리가 달려왔는데 대체 이잔 뉘란 말이오!물의 가짓수가 서른세 가지?새벽밥을 짓는 하얀 연기가 마을에 피어오르고 있었다.안광익의 대답은 간단했다.딴때없이 유의태의 눈빛이 부드러웠다. 그를 만난 기쁨과 그를 감싸려는 우정이 넘친 눈이었다. .?필시 사단은 그 때문이다. 아비가 세상의 인정을 받았구나 싶어 앞뒤 생각도 없이 허둥거린 내 잘못이야. 미리 막았어야 하는 일을 . 왜 하필 우리 집으로 병잘 업고 들어왔노.누가 그 따위 비단조각이나 돈냥을 묻는 줄 아나!이어 한 사내가,그런 세상은 없다, 적어도 우리 모자에겐.그리고 그 성대감이 자기에게 써준 서찰은 성대감의 지체로 보아 밥먹듯이 쉬운 호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허준 자기에게 한한 호의이지 자기의 간청이라 한들 제3자의 소개장까지 써줄 그런 녹록한 사람은 아닌 걸 안다.안광익에 대한 애정인 듯했다.나하고는 다른 사람들 . 나하고는 다른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그 망상도 언젠가 몽둥이에 쫓기며 산비탈로 뛰어올라 양태가 그 노승을 약올려주던 소리였다.적어도 의원의 대답은 그래선 아니돼.어째서. .내 알기 당신이야말로 그 내의원 출신인데 왜 당신은 면천의 길을 마다하고 내게 떠드는 게요!무슨 일이오니까?밤이 늦어서야 당도했사와 스승님께서 주무시리라 여기어 소인의 집에부터 들렀다가 왔습니다.허준이 안채에서 술을 받아 사
지난날의 그 기억들.화톳불을 뒤집어쓴 듯이 머리속이 뜨거웠다. 주막방에 앉아 하회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다희에게 무슨 말로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 아득했다.안채 아이를 깨워 먹고 마실 걸 장만하라 이르거라.아들의 침묵을 말없는 긍정으로 안 손씨가 사뭇 감격 어린 소리로 찬성했다. 그러자 허준은 자신의 뇌리에 버티고 선 유의태의 강렬한 인상에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나는 말을 했다.더 좀 생각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고 당신이오. 우리의 신분이 뻔한 터에 내가 보내지 말라 했음에도 왜 아직도 겸이놈을 서당에 보내고 있소!사냥꾼과 약초관. 어느 쪽도 꾼자가 붙도록 미천한 직업일 수밖에 없다.이상하구나. 한참 네가 출렁이며 달려와 준 탓인지 한결 가라앉았어.허준이 또 뇌었다.양예수의 수행자가 으름장을 놓았으나 유의태의 눈은 초로지 양예수에게만 향하고 있었다.대궐담을 넘었지.마치 사람의 몸속을 꿰뚫어보는 사람 같습니다.시각이 야심한 줄 알면 어찌 아녀자의 가는 길을 함부로 막으시오니까.잠든 노마님의 숨결을 살피다가 물러나온 허준 또한 큰사랑에 성대감이 손수 밥상을 받아놓고 겸상하기를 기다린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소세를 마치자 그대로 방에 들어 깊은 잠 속에 빠지고 말았다.허준이 다희를 돌아보았다. .천것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 자기가 보았던 저 수많은 눈물과 마소처럼 부림을 받으며 사는 저 허드레 인간들의 처량한 모습들이 허준의 걸음을 또 멈추게 했다.허준이 필사적으로 기억을 짜냈다.허준이 고갤 들었다.그 호통치는 큰갓을 향해 중인의 작은 갓을 쓴 유의태가 마주 삿대질을 했다.어째? 못할 소리가 없네. 당신이 세상일을 어찌 알기로 말을 함부로 .하고 도지도 딴때없이 반말지거리를 뱉었다.다녀오겠습니다.그러나 그 아내가 밤낮으로 손가락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골무와 바늘을 보며 또 새벽마다 부뚜막 앞에 꿇고 앉아 정화수 떠놓고 아들의 성공을 비는 어머니의 모습이 허준에게는 고통이었다.유의태는 말끝에 허준의 망태기에서 쏟아져나온 도라지 두어 뿌리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그걸 아들 도